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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 대가족 여행, Codex로 일정 짜고 앱까지 만들어서 다녀왔다

5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을 준비해본 적 있다면 안다. 어른 9명, 초등학생 10명 — 총 19명의 일정·맛집·준비물·안전 수칙을 단톡방에 텍스트로 뿌리는 순간, 아무도 안 읽는다. 이번 8월 말 삼척 갈남항 2박 3일 여행에서 나는 이 문제를 Codex(ChatGPT Pro)로 풀었다. 일정 설계부터 여행 앱 제작까지 전부. 그리고 실제로 그 앱을 들고 여행을 다녀왔다.
미리 말해두면: 첫 번째 앱은 폐기했다. 그 실패가 이 글에서 제일 쓸모 있는 부분일 것이다.
결론 요약
| 단계 | 한 일 | 결과 |
|---|---|---|
| 일정 설계 | 민박 정보 사진 + 프롬프트 1개 | 3일 일정 + 맛집 5곳, 그대로 뼈대로 사용 |
| 앱 v1 | HTML 원페이지 생성 | 기능은 완성, 가독성이 떨어져 폐기 |
| 앱 v2 | 전 페이지를 지도·이미지로 리프레이밍 | 6탭 보물지도 앱, 채택 |
| 실전 | 8/28~30 실제 여행에서 사용 | 사흘 내내 비 예보였지만 앱의 플랜B가 불안을 잡아줌 |
1. 프롬프트 하나로 나온 2박 3일 일정

민박 정보가 담긴 사진 한 장을 첨부하고 이렇게 요청했다.
8월 말에 여기를 예약해서 2박 3일 동안 여행을 가기로 했고, 총 다섯 가족이 가는 거야. 아이들은 한 열 명 정도 되고, 다 초등학생들이야. (…) 2박 3일 일정을 간단하게 짜서 주고, 근처 맛집 다섯 군데를 추천해줘.
돌아온 답의 핵심 설계는 이랬다: “이동을 줄이고 갈남항 물놀이에 체력을 몰아준다.” 서울 출발 → 막국수 점심 → 입실 → 물놀이 → 바비큐로 이어지는 1일 차, 오전 스노클링에 몰고 오후는 체력에 따라 2차 물놀이/케이블카를 고르게 한 2일 차, 해안 산책 후 귀가하는 3일 차. 아이 전원 구명조끼, 가족별 자기 아이 담당 같은 안전 수칙까지 들어 있었다.
이 일정을 거의 그대로 뼈대로 썼다. 다만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 시설 운영시간 같은 정보는 별도 확인이 필요했고, 인원도 “성인 약 10명”으로 가정했지만 실제는 9명이었다. AI 일정의 역할은 결정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결정할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2. 첫 번째 앱: 기능은 완성, 그런데 아무도 안 읽는다
일정이 나왔으니 이걸 5가족에게 공유할 방법이 필요했다. Codex에게 단일 HTML 파일로 앱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결과물(v1)은 객관적으로 잘 만들어진 원페이지였다. 18KB 파일 하나에 일정 3일 카드, 맛집 5곳(전화·네이버지도 바로가기), 숙소 렌탈 가격표, 기기에 저장되는 준비물 체크리스트, 카톡으로 파일을 보내는 공유 버튼까지 들어 있었다.

그런데 폐기했다. 스크롤을 내리며 읽어야 하는 텍스트와 표 중심 구성은 가독성이 떨어졌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었다. 어른들도 안 읽는데 초등학생 10명이 볼 리가 없다. 기능 체크리스트로는 만점인데 “쓰이는 물건”은 아니었던 것이다.
3. 방향 전환: 모든 페이지를 지도로 만들어라

여기서 요구사항을 바꿨다. 정보를 텍스트로 나열하지 말고, 모든 페이지를 지도화·이미지화해 달라고. 포스터 그림 6장은 별도 도구 없이 Codex 안에서 바로 이미지 생성으로 만들었다.
최종 앱 “갈남항 여행 보물지도”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됐다. 6개 탭을 옆으로 넘기는 카루셀 구조인데, 각 탭이 보물지도 스타일의 포스터 그림 한 장이다.
| 탭 | 내용 |
|---|---|
| 📅 일정 | 3일 일정 + 숙소 이용 안내 포스터 |
| 🌤️ 날씨 | 여행 3일 예보(강수확률 70~80%)와 우비·방수팩 준비물 |
| ☔ 플랜B | 비 오는 날 대안: 실내 체험시설을 비 강도별로 정리한 지도 |
| 🎯 액티비티 | 케이블카·레일바이크·동굴 등을 표시한 지도 |
| 🛒 장보기 | 마트·수산시장 위치와 살 것 목록 지도 |
| 🍽️ 맛집 | 숙소 주변 가족 식당 5곳 지도 |
그림 속 장소마다 번호가 붙고, 그림 아래 패널의 같은 번호가 네이버지도로 바로 연결된다. 그림으로 훑고, 번호로 이동하는 구조다. 파일 크기는 18KB에서 22MB(이미지 6장 내장)로 커졌지만, 이번엔 읽혔다.


같은 정보, 같은 도구인데 산출물의 운명을 가른 것은 프롬프트에 담은 소비 맥락이었다. “일정 앱을 만들어줘”가 아니라 “초등학생 10명도 들여다볼 물건을 만들어줘”에 가까워질수록 결과가 좋아졌다.
4. 실전 검증: 예보는 사흘 내내 비였다

출발 전 예보는 최악이었다. 앱의 날씨 탭에 박힌 예보 포스터가 그 증거다 — 8/28, 29, 30 사흘 전부 “비 소식”, 강수확률 70~80%. 보통이라면 단톡방이 “취소해야 하나?”로 뒤덮일 상황이다.

그런데 앱에는 이미 ☔플랜B 탭이 있었다. 비 강도별로 실내 체험시설 대안을 지도로 정리해둔 것이다. “비 와도 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19명 그룹의 불안이 잡혔다.

실제로는 어땠나. 첫날만 비가 왔고 — 그마저 물놀이가 가능한 수준이라 플랜B는 꺼내지도 않았다 — 남은 이틀은 물놀이하기 좋은 날씨였다. 예보보다 현실이 나았지만, 준비의 가치는 예보가 틀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앱은 여행 내내 손에 들려 있었다. 🎯액티비티 지도에 담겨 있던 대금굴에도 들렀고, 숙소 선택(민박 1층 전체 — 방 5개와 거실·공용주방을 5가족이 통째로 사용)도 “이동을 줄이고 물놀이에 집중”이라는 설계와 맞물려 잘 작동했다.


5. 배운 것
- AI의 1차 산출물은 ‘완성’이어도 ‘채택’이 아닐 수 있다. v1은 기능적으로 흠잡을 데 없었지만 폐기됐다. 산출물 평가 기준을 기능이 아니라 실사용에 둬야 한다.
- 리프레이밍이 프롬프트 디테일보다 강했다. 같은 정보를 “지도·이미지로”라고 방향을 바꾼 한 번의 결정이 세부 수정 수십 번보다 효과가 컸다.
- AI 일정은 뼈대, 검증은 사람 몫. 운영시간·인원 같은 사실 정보는 따로 확인해야 했다.
- 이것은 우리 가족 여행 1건의 사례다. 일반화가 아니라 재현 가능한 절차(프롬프트 → v1 → 리프레이밍 → 실전)로 읽어 달라.
다음 단계
이 여행 앱의 구조(6탭 보물지도 카루셀)를 다른 여행에도 쓸 수 있게 템플릿으로 정리해 공개할 예정이다. 프롬프트 원문이 궁금하다면 댓글로 남겨 달라 — 다음 글에서 전문을 다룬다.
앱 스크린샷은 직접 캡처했습니다. 본문의 캐릭터·삽화는 GPT 이미지 생성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이 글에는 제휴 링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