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_various AI 실전 기록

LLM 중계기 개발기 1부 · 4편 / 전체 33편

2026년 10월 1일 기준

이 글에는 제휴 링크가 없고 OpenAI·앤트로픽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직접 만든 중계기의 개발 기록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삽화는 GPT 이미지 생성, 도식은 직접 제작했습니다.

AI와 함께 하루 만에 만든 첫 버전 — 짐 풀고, 고치고, 밤에야 눕는 이삿날

이삿날을 떠올려 볼게요. 아침에 짐이 들어오고 상자를 하나씩 엽니다. 꽂아 보니 안 맞는 플러그가 있고, 덜 닫히는 문도 있어요. 하나를 고치면 다음 게 보이고, 그렇게 고치다 보면 어느새 밤이죠. 그래도 잠자리에 누울 때쯤이면 그 집에서 하룻밤은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제 LLM 중계기의 첫날이 꼭 그랬어요. 아침 8시 8분에 첫 버전이 저장됐고, 밤 10시 23분에 v0.1.16이 합쳐지며 하루가 끝났습니다. 그 사이에 저장 기록(커밋)이 54개 쌓였어요. 그리고 그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개에 AI의 이름이 공동 작성자로 함께 올라 있습니다.

이 글은 LLM 중계기 개발기의 4편입니다. 지난 3편 「‘OpenAI 호환’은 왜 표준 콘센트가 됐나」에서는 중계기가 여는 창구의 형식을 이야기했어요. 오늘은 그 창구를 처음 연 하루의 기록입니다.

이삿날 아침, 새 방에서 상자를 여는 로봇 (GPT 이미지 생성)

결론 요약

🗓️ 1. 하루를 한 장으로

그날의 기록을 시간 순서로 펼치면 아래와 같아요. 노란 점 하나가 새로 내놓은 판(버전) 하나입니다. 오후 1시 45분부터 5시까지 9개, 저녁 6시 38분부터 밤 10시 23분까지 7개가 올라갔어요.

첫날 하루 타임라인 — 아침 8시 첫 버전부터 밤 v0.1.16까지, 판 17개와 주요 사건 6개 (직접 제작)

낱말 세 개만 먼저 짚을게요.

그날의 저장 기록 54개는 직접 작업한 기록 29개와 PR 합치기 기록 25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 2. 아침 — 상자를 열다

아침 8시 8분, 첫 버전이 저장됐어요. 저장 메모에 적힌 내용을 쉬운 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붙여 봤어요. 내 컴퓨터의 LM Studio에서 6개, Codex에서 4개, Claude에서 3개, 모두 13개 모델이 창구 하나의 목록에 나란히 떴습니다. 그중 몇 개에 직접 말을 걸어 답이 돌아오는 것까지 확인했고요.

7분 뒤의 두 번째 기록은 작은 손질이었어요. 연결을 확인하는 시험 호출이 열린 질문을 던지면 답이 길어져서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pong” 한 마디로만 짧게 답하게 바꿨습니다. 탁구공을 쳤을 때 받아치는지만 보는 셈이에요. 9시 35분에는 비밀 값이 담긴 파일이 실수로라도 저장 기록에 섞여 올라가지 않도록, ‘올리지 않을 파일 목록’을 넓혔습니다.

🔧 3. 오전 — 윈도에서 처음 켜 보다

상자를 열었으니 이제 전기를 꽂아 볼 차례였어요. 중계기는 맥에서 만들었지만, 실제로 쓸 컴퓨터는 윈도였습니다. 여기서부터 ‘여기선 되는데 저기선 안 되는’ 고장이 줄줄이 나왔어요.

오전의 수정은 모두 v0.1.0이라는 번호를 단 채 이어졌고, 1시 44분의 수정까지 묶어 처음으로 번호를 올린 판이 오후 1시 45분의 v0.1.1입니다.

⏱️ 4. 오후 — 판을 아홉 번 올리다

오후에는 판이 빠르게 올라갔어요. 1시 45분 v0.1.1부터 5시 v0.1.9까지, 세 시간 남짓 동안 아홉 판입니다.

가장 오래 붙잡은 건 첫 답이 너무 늦게 오는 문제였어요. v0.1.2부터 v0.1.5까지는 걸리는 시간을 단계별로 재는 장치를 달고, “프로그램을 새로 띄우는 데 드는 시간인가”, “AI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하나” 같은 가설을 하나씩 지워 나간 판이에요. 답은 3시 20분의 v0.1.6에서 나왔습니다. 새 대화를 열 때마다 준비 시간이 크게 들었고, 열어 둔 대화를 다시 쓰자 두 번째 호출부터는 몇 초 만에 답이 왔어요. 그래서 연결하자마자 대화를 미리 열어 데워 두는 워밍업(warm-up)을 넣었습니다. 켜 둔 채 쓰는 방식은 6편에서 따로 풀게요.

다만 대화를 다시 쓰면 앞의 내용이 다음 요청에 섞일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은 판에 세 가지를 함께 넣었습니다. 요청마다 필요한 내용을 전부 담아 보내고, 한동안 쓰지 않으면 새 대화로 갈아타고, 손으로 누르는 ‘세션 리셋’ 버튼도 달았어요.

나머지 판도 다 ‘써 보니 필요한 것’이었어요.

🌙 5. 저녁~밤 — 짐 정리와 마지막 고장

저녁부터는 이사로 치면 ‘다른 사람이 와서 지내도 되게’ 정리하는 시간이었어요.

늦은 밤 작업대에서 아주 작은 톱니를 고치는 로봇 (GPT 이미지 생성)

참고로 그다음 판인 v0.1.17은 날짜를 넘긴 새벽 1시 9분에 올라갔어요. 이삿날 밤은 생각보다 길었던 셈입니다.

🤝 6. AI와 짝으로 일한 기록 — 고칠 때마다 검사 하나

그날의 저장 기록 54개를 나눠 보면 이렇습니다.

작업 기록 28개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Co-Authored-By’(공동 작성자) 꼬리표로 Claude가 올라 있어요. 아침의 두 건에는 Claude Fable 5, 나머지 26건에는 Claude Opus 4.8이라는 모델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Codex는 이날 공동 작성자가 아니라, 중계기에 연결되는 쪽이었고요.

늦은 밤 책상 앞에서 하이파이브하는 사람 닮은 로봇과 작은 AI 도우미 로봇 (GPT 이미지 생성)

역할은 저장 메모에 그대로 드러나 있어요.

그리고 첫날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어요. 고장 하나를 고치면, 같은 고장을 다시 잡아내는 검사를 하나 붙인다.

시각고친 고장붙인 검사
10:21윈도 드라이브 글자를 주소로 착각파일 위치를 주소 형식으로 바꾸지 않고 넘기는 코드가 있으면 실패
10:40두 컴퓨터가 부품 목록을 서로 고쳐 씀목록 파일에 문제의 한 줄이 다시 생기면 실패
12:36윈도에서 명령어 도구를 못 찾음정해 둔 실행 방법을 거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띄우면 실패
20:54(원칙) 설정 파일을 직접 고치라는 안내그런 안내가 문서·화면에 남아 있으면 실패
22:04끈 뒤에도 남은 프로세스프로세스를 실제로 띄웠다 끄고, 정말 사라졌는지 확인
22:22압축판에서 Claude 부품 누락배포판에 그 컴퓨터용 부품이 들어 있는지 확인

이 검사들은 시험을 돌릴 때마다 먼저 실행되도록 묶였고, 시험 항목(테스트)도 하루 사이에 0개에서 48개로 늘었어요. 첫날 생긴 검사 6개는 11주가 지난 지금도 하나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검사를 지우지 않는 원칙은 31편에서 다시 이야기할게요.

정리

① 첫날 아침 여러 AI를 ‘OpenAI 호환’ 창구 하나 뒤에 세운 첫 버전이 나왔고, 밤까지 판을 열여섯 번 더 올렸어요 ② 그날 작업 기록 28개 모두에 AI(Claude)가 공동 작성자로 올라 있어요. 사람은 실제 컴퓨터에서 써 보고, 재 보고, 판단했어요 ③ 고장 하나에 검사 하나 — 첫날 생긴 검사 6개는 지금도 남아 있어요

다음 편부터는 2부가 시작됩니다. 2부의 주제는 ‘여러 AI를 한 줄로’예요. 5편 「AI마다 다른 플러그를 같은 어댑터로」에서는 연결 방식이 제각각인 AI들을 한 가지 약속으로 묶는 어댑터 이야기를 할게요.


2026년 10월 1일 기준입니다. 제가 만든 중계기의 개발 기록(저장 기록의 시각과 메모)을 바탕으로 썼고, 특정 기업·서비스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